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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우리 아이 뇌 속에 무슨 일이

한국서 돌아오니, 틴에이저 자녀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의 상담 요청이 기다리고 있다. 항상 학년 초 가장 상담 요청이 많다. 어떤 부모님은,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이 아이 뇌를 좀 들여다보고 싶다고 하신다. 하긴,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아이들 행동은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한 석판에 “요즘 젊은이들의 행동이 점점 더 거칠어져 걱정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청소년들의 행동 변화는, 전에는 발달심리학, 생리학, 혹은 사회학적으로 설명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뇌과학의 발달로 많은 부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뇌과학 연구가 발견해낸 것은, 청소년 시기 이 독특한 행동의 원인이 시냅스(Synapse)의 가지치기로 인한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의 미성숙 때문이라는 것이다.     머리 뒤에서 앞의 순서로 발달해나가는 우리 뇌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다듬어지고 형성되는 부분이 앞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한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이다. 이 부분은 뇌의 CEO 같아서, 우리가 모든 일을 계획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충동을 억제하고, 행동하기 전 결과를 미리 생각해보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앗, 이 순간, 이와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우리 사춘기 자녀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아찔하다. 덩치도 커지고 나이도 먹어가는 우리 자녀들, 왜 어릴 적에도 안 하던 충동적 행동을 하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 뇌는 생애 초기 십여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신경세포인 뉴런(Neuron)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뉴런을 연결해주고 뉴런 사이 신호를 전달해주는 연결조직인 시냅스(Synapse) 숫자도 계속 증가한다. 그러나 청소년기가 되면, 이 시냅스 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이유는 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많이 쓰는 시냅스는 남기고 불필요한 시냅스는 가지치기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이 시기에 우리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이 미성숙을 보이게 된다.   반면에 이 시기에 최고로 발달하는 부위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부위가 미성숙하고 약화하다 보니, 편도체에 크게 의존하여 감정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녀들이, 현기증 나는 감정의 오르내림을 계속하는 이유다. 또한, 이 시기에 감소한 시냅스 숫자로 인해,  앞뒤 결과를 연결하여 생각하지 못하고 즉각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그들의 아슬아슬함은, 생물학적으로 보면 어쩌면 정상일지도 모르겠다.     자녀들이 법적 성인이 되고 대학에 들어가는 18세가 되면 어느 정도 판단력을 갖추게 되리라고 기대하며 기다리던 부모들에게, 성숙에 필수적인 전전두엽이 만 25세 정도나 되어야 완성되고 30대에도 성숙 과정이 계속된다는 연구결과는 충격적이다. 대학에 가서, 심지어 졸업하고도힘들어하며 방황을 거듭하는 이십 대 친구들이 꽤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전전두엽은 자녀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학습능력과 메모리에도 관여할 뿐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정서장애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 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폭력적이고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길어진 사춘기, 뇌가 여전히 공사 중인 자녀들을 그렇다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다음 칼럼에 계속해서 소개하기로 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충동적 행동 시냅스 숫자

2023-10-11

[잠망경] 언어의 희롱

“대체로 언어는 진실을 감추는 도구다”라는 명언을 남긴 코미디언, 조지 칼린(1937~2008)의 ‘완곡한 표현에 대하여(On Euphemisms)’를 유튜브로 다시 본다.   전쟁 중 병사들이 겪는 신경 증상을 1차 세계대전 때 ‘전쟁 신경증(shell shock)’이라 했고, 월남전 후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그는 지적한다. 1920년대 초의 ‘신경증’이 반백 년 후 정신병으로 변한 것이다. 정부 지원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장님을 ‘시각장애인(visually impaired)’으로, ‘지체장애인(physically handicapped)’을 ‘신체장애인(physically challenged)’으로 호칭을 바꾸는 사태에 대하여 그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소리친다. “이 사람들은 자기들의 컨디션을 바꾸어 부르면 컨디션이 바뀐다고 믿게 됩니다.”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말 바꿈 하면 망자(亡者)의 컨디션이 바뀐다는 심리상태다.    ‘말 바꾸기 운동’이 한국에서도 일어난다. 정신분열병을 조현병(調絃病)이라 부르면서 ‘분열’이라는 불쾌한 의미를 감추는 데 성공한다. 정신분열병을 의미하는 ‘schizophrenia’의 ‘schizo-’부분은 ‘찢어지다’라는 뜻으로 ‘가위(scissors)’와 말뿌리가 같다.   조현은 줄을 고르게 조절한다는 뜻. 줄을 조절한다는 의미가 마음 줄의 긴장도를 알맞게 하겠다는 뜻인지. 느슨하게. 아니라고?   편도선염, 대퇴골절, 대장암처럼 병변(病變)을 기술하는 진단명에서 멀리 가도 너무 멀리 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무엇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진술에 심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엇인지를 조율하겠다는 치료 의도를 암시하는 진단을 내리는 것이 한국의 의학 수준인가.   반대로, 부드러운 표현이 강력한 표현으로 변하는 일이 정신과에서 터진다. 2023년 8, 9월에 걸쳐 월간 ‘Psychiatric Times’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톱 기사가 표지를 덮었다. 주의가 산만한 것을 정신병으로 간주하다니.   미국에서 마약이 주성분인 ADHD 약이 동이 났다는 소식! 지난 20년에 걸쳐 꾸준히 상승하는 ADHD 과잉진단의 결과로 2023년 현재 약의 수요가 미국 제약회사의 공급 능력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분석이다.   과잉진단의 가장 큰 요인은 제약회사의 약 선전에 부응하여 진단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 약이 먼저고 진단이 나중이라는 사연이며 의사들의 진단기준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사회적인 압력도 큰 역할을 한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부모가 ADHD 자가진단을 내리고 의사에게 약 처방 압력을 넣는 것이다. 약은 코카인과 화학성분이 매우 비슷한 중독성 각성제다.   높지 않은 지능, 아동학대, 부모의 이혼 과정 같은 이유로 아이는 공부를 못하면서 마약 각성제를 먹는다. 그리고 약물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성적이 뒤떨어지면 큰일 난다는 부모의 강박관념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학술용어까지 써가면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속으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2023년 가을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언어 희롱 전쟁 신경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마약 각성제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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